세상 속을 들여다보면 지위나 명예에 도취되어 세상을 피곤하게 하는 무지한 자가 의외로 많다. 이런 자는 세상 이치를 잘 모르고 확고한 사회 철학이나 능력도 없다.
자가당착에 의한 공상적인 독선자가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지성과 감성이 부족하여 연구하고 노력하는 열정 없이 남이 해놓은 일에 참견하여 대단한 식견(識見)이라도 있는 것처럼 미혹(迷惑)하며 기생(奇生)하는 인간 곤충에 불과한 존재일 뿐이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느냐는 것이고, 무엇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이웃이나 남에게 무엇을 베풀며 사느냐 하는 것이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베풀 지는 않고 거느리고 받기만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은 고독하고 끝내는 슬픈 인생으로 전락하게 된다. 상대의 부족함이 있을 때 자신의 능력이나 힘을 보태어 결과에 대한 기쁨을 함께 나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은 만남이고 행복한 인생인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군림하는 위정자들의 처신을 보면 짜증만 나게 된다.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도 없고 자기 신분에 맞지 않는 얼간이 같은 위인들이 득세(得勢)를 하여 사회를 온통 어지럽히고 국민들을 너무 지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속 없는 자가 유난히 허세를 부리는 경우를 속담에서 ‘없는 놈이 있는 체, 못난 놈이 잘 난체한다.’ 라고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여 모르면서도 아는 체하는 것을 ‘세 가지 체병’이라 한다. 실력이 없는 자가 어쩌다가 운 좋게 또는 능력 있는 사람에게 잘 보여서 분수에 넘치는 지위에 올랐어도 밑천은 들통 나게 마련이다. 이럴 경우에 인용하는 성어(成語)가 있는데 우(芋)라는 피리를 멋대로 부는 남곽(南郭)이란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제(霽)나라의 선왕(宣王)이 관악기의 일종인 우(芋)의 연주를 듣는 것이 취미였다. 우(芋)를 불게 할 때는 반드시 300명이 합주하는 것을 즐겼다. 남곽(南郭)이라는 처사가 선왕을 위해 우(芋)를 연주하겠다고 그럴듯하게 간청하자 왕은 대단히 기뻐했다(南郭處士 請爲王吹芋 先王說之). 그러나 남곽(南郭)이란 자는 우(芋)를 전혀 불 줄 몰랐기에 다른 합주단원들의 틈에 끼어 열심히 연주하는 흉내를 내며 그럭저럭 권좌(權座)에서 행세를 하고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선왕이 죽고 민왕(緡王)이 즉위했는데 그는 합주를 싫어하고 한 사람 한 사람씩 부는 것을 좋아했다. 그제서야 들통 날 것이 두려웠던 남곽(南郭)은 줄행랑치고 행방을 감추어 버렸다.
남곽(南郭)처럼 우리의 정치는 능력도 없는 무지한 영웅 심리에 빠져 나라의 근간을 허망하게 내팽개치고 있다. 나는 누구이며 내 조국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구분 못하는 망나니들의 자화상을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만 하는지 개탄(慨歎)함을 금할 길이 없다.
목공은 목수에게 맡겨야하듯 정치는 정치도리를 아는 덕성(德性)이 있는 성숙한 사람이 해야 한다. ‘목수가 아닌 자가 대패질하다 손을 다쳐 자해(自害)를 하게 된다’는 노자(老子)의 경고는 오늘날의 불량 정치배들이 마땅히 인지(認知)해야 할 대목이다.
지도자가 거짓말을 예사로 하고도 낯짝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매사에 내로남불!로 표리부동(表裏不同)!하며 인면수심(人面獸心)!에다 양두구육(羊頭狗肉)!으로 철면피(鐵面皮)!하니 기가 막히고 가슴을 칠 일뿐이다. 하는 것마다 도리에 어긋나고 못된 짖 거리로 사회를 무법천지로 만들어버린 횡포가 그칠 날이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꼴사납게 국격을 추락시키는 작태(作態)에다 국민들 편 가르는 짖을 일삼으면서 그러고도 사람이라고 능청을 떠는 행색을 보면 눈이 절로 감기고 귀마저 닫고 싶어지는 고충은 필자만의 아픔이 아닐 것이다.
성경의 갈라디아서 6장7절에는 ‘자신을 속이지마라. 하나님은 조롱은 받지 않으시니 사람이 무엇을 하든지 심은 대로 거둘 것이다’하였다. 선조 때 유학자인 김집(金集)의 호(號)가 신독제(愼獨齊)인데 그 뜻을 보면 “혼자” 길을 갈 때 그림자에도 부끄럼이 없고 잠자는 이불에도 부끄럼이 없다는 고매(高邁)한 의미가 들어 있다.
무릇 지도자란 청렴하지 않으면 지위를 잃게 되고 어질지 못한데서 죄악이 생기게 된다. 옳지 않는 세력에 의지하다보면 도리어 재앙이 따른다는 역사 속의 흔적을 새겨 순리대로 처신해야 할 것이다.
지위나 명예가 있다고 행복한 인생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신뢰와 사랑과 기쁨이 있는 곳에서만 행복한 생애가 있게 된다는 만고불변(萬古不變)의 진리를 새겨 알았으면 한다. 공자는 일찍이 순천자는 살고(順天者 存) 역천자는 반드시 죽는다(逆天者 必亡) 하였으니 더 늦기 전에 두려워하라.